언플 Driven Development

한국 AI 언론보도 해석하기

"배려를 강요하지 말라"는 분위기 속에서, 예전엔 당연했던 덕목들까지 새삼 따져 묻는 사회가 되었다. 서로 재며 손해를 피하는 문화에서 낭만은 자연스레 퇴색한다.

IT는 이 "낭만"을 고수하는 드문 업계이다. IT 속의 낭만은 공익을 향한 개선을 자발적으로 이어가게 하는 동력이다. 개선의 목표는 종종 금전이 아니어도 평판, 배움, 감사로 충분히 보상된다. 결함은 내부의 규범과 피드백으로 고치면 되고, 껍데기 언론 플레이는 업계에 해만 남긴다.

"자바 두 명 타요"로 시작한 우리나라 IT 업계에 낭만을 기대하지 않는다. 낭만은 문화고, 문화는 교류에서 자란다. 영어 울타리 바깥에 머문 탓에 한국 IT에 낭만이 귀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더더욱, 드물게도 낭만을 잘 보존해 온 IT 산업만큼은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실력이 없는 건 괜찮다. 다만 낭만을 흉내 내며 사람들의 시간과 신뢰를 태우지는 말자.

AI는 특히 낭만이 필요한 종목이다. 실패가 잦고 결과가 늦다. 우르르 몰려가서 플랜카드 걸고 주먹 들고 사진 찍는 MOU가 모델을 대신하지 않고, 꺼진 LCD를 처다보는 모델 몇 명의 사진이 실험을 대신하지 않으며, 헤드라인의 "혁신"이 베이스라인의 부실을 가려주지 않는다.

허세의 값을 팀의 번아웃과 업계의 악순환으로 지불하지 말자. 우리에게 필요한 건 포즈가 아니라 장인 정신이 깃든 공예다. 덜 화려하더라도 진짜를 만들려는 낭만과 그걸 축복하는 사회 분위기가 절실하다.